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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개발자의 작업노트

달력으로 책표지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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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모두 씌운 이 책들은 몇 달 동안 공부한 자바 프로그래밍 교재들이다.

나는 이 책들을 모두 튼튼한 달력으로 싸서 가지고 다녔다.

책을 포장하는 종이로는 달력만큼 좋은 것이 없다.

책표지를 싸서 다닌 건 이번만은 아니다.

나는 독서를 할 때는 대부분 표지를 포장해서 읽는 편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내가 산 책, 구분하지 않고 깨끗하게 보기 위해서 읽기 전에 표지부터 싼다.

이건 사실 옛날 습관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나는 학교에서 무상으로 받은 교과서를 깨끗하게 싸서 가지고 다녔다.

당시 책은 모두 아버지가 싸 주신 것이었다.

 아버지는 신학기마다 새책을 받아온 날 저녁에는 그동안 모아놓은 해지난 달력들을 꺼내와 우리들 책을 싸주셨다.

아버지는 꼭 달력의 새하얀 면을 활용하셨다.

새하얀 표지 위에 '국어', '산수', '도덕' 등, 교과서 제목을 써주시는 것까지 해 주셨다.

그렇게 꼬박 6년 동안 아버지가 싸주신 교과서를 들고 학교를 다녔다.

빳빳한 달력으로 꼼하게 싼 새하얀 표지의 교과서들은 같은반 친구들 사이에서 늘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그런 습관으로 중학생이 되서부터는 스스로 교과서를 싸서 다녔고, 교과서 외에 다른 책들도 표지를 싸는 습관을 자연스레 들이게 되었다.

그렇게 나이가 50이 넘었다. 

모두 추억이 된 지난 날의 이야기이다.  

자바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오랜만에 책들을 늘어놓고 포장을 했다.

마치 아주 오랜 옛날 학창시절 새학기에 교과서를 싸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교과를 싸고 있는 아버지 옆에서 떡을 괴고 바라보던 더 어린시절이 생각나 행복했다.

물론, 나는 아버지처럼 달력의 새하얀 면을 이용해서만 싸지 않았다.

달력의 알록달록 예쁜 그림이 잘 드러나게 싸기도 했다.

책에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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